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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세이] 나의 자율주행차는 누구를 죽여야 할까?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 2017 (Consumer Electronic Show)가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성황리에 끝이 났다. 전통적으로는 가전제품 박람회 하면 최신형 냉장고, 세탁기, TV, 스마트폰을 포함하는 새로운 IT 제품군이 중심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몇 년 전부터 자동차를 생산하는 데 생산 단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자동차 단가를 구성하는 요소 중에 엔진, 트랜스미션, 섀시 등과 같은 ‘기계적인 요소’ 비용 대비, 자동차 단가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이는 내비게이션, 오디오와 같은 각종 전자 편의 장치, 강우량, 빛, 속도, 중력, 가속도, 주위 차량과의 거리/속도 관계 등을 감지하는 센서 장치, 이러한 센서 정보를 오차 없이 송수신하도록 하는 통신장치, 그리고 그런 센서 정보를 처리하는 컴퓨터와 같은 기능을 하는 MCU 등이다. 이들 ‘전자적인 요소’ 비용은 앞서 언급한 ‘기계적인 요소’ 비용을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를 ‘기계 덩어리’로 보아야 할지, ‘전자제품’으로 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기라도 하듯이 몇 년 전부터 자동차회사들이 하나둘씩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인 CES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예 자동차회사를 위한 섹션이 따로 마련될 정도로 그러한 트렌드는 더욱 커졌다.

가솔린이나 디젤 기반의 내연기관 자동차들도 ‘전자제품’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 이뿐 아니라 테슬라, 패러데이와 같은 전기자동차 회사들의 제품까지 합류하면서 이제는 CES에 가더라도 웬만한 자동차 박람회 못지않게 최신 자동차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친환경 자동차이든, 내연기관차이든, 전기자동차이든, 이렇게 자동차 회사들이 앞다퉈 CES를 포함해 많은 박람회를 통해 어필하고 있는 최근 기술 트렌드 중 하나는 바로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능이다.

지난해에 알파고를 통해 우리에게 많이 친숙해진 ‘인공지능’ 개념을 더해 각종 센서와 연동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자를 대신해서 운전하는 기술임은 우리 모두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인 측면의 발전과 함께 ‘윤리’적인 측면도 함께 고민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인공지능’을 교육할 때 다음과 같은 두 개의 기본 철학을 심도록 설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어떠한 경우에도 차주인 ‘탑승자’의 생명을 최대한 보호한다”는 것과, “자율주행차는 사회 전반에 걸쳐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공익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기술적으로 잘 준비되면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주 특수한 상황을 따져보자. 예를 들어 나의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나 혼자 탑승하고 있고,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5명의 어린아이가 우르르 무단횡단을 결심하고 도로를 건너기 시작했다고 하자. 자동차의 진행 방향과 속도, 도로 양옆의 공사현장 등의 상태를 봐서 급정거할 경우 차주인 운전자는 살지만 5명의 희생자가 따르고, 5명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서는 공사장으로 추락하거나 공사 벽에 부닥쳐 100% 확률로 운전자만 죽게 되는 상황이다. 과연 나의 자율주행차는 누구를 죽여야 할까?

이것은 쉽게 답할 수 없는 윤리적인 질문이 된다. 그 어느 소비자도 차주인 ‘나’를 죽일 것을 알면서 자율주행차를 구매하기를 꺼릴 것이고, 공익에 반하는 자율주행차를 양산하는 것도 자율주행차 확대 보급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2004년 ‘아이, 로봇 (i,Robot)’이라는 영화로도 소개된 아시모프의 ‘로봇3원칙’을 생각해 봐도 완벽해 보이는 기본 원칙을 세워도 원칙 간에 상충되는 상황이 생기면 발전된 기술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여기서 ‘로봇3원칙’을 정의하면 이렇다. 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으며 인간의 위험을 간과해도 안 된다. 2법칙,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따라야 한다. 단 명령이 1법칙에 어긋날 때는 따르지 않아도 된다. 3법칙, 로봇은 1법칙과 2법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자신을 지켜야만 한다.

2025년이면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완전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여 보급할 예정이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윤리적인 측면도 함께 고민이 많이 돼 2025년에는 우리가 모두 편하게 자동차 여행을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교수

<본 칼럼은 2017년 1월 10일 국제신문 30면에 ‘[과학에세이] 나의 자율주행차는 누구를 죽여야 할까?’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