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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 택시’ 뒤에 숨은 기술

스마트폰 사용 확산과 함께 대두된 ‘공유 경제’ 대표 기업이 에어비앤비와 우버다.

알고 있다시피 에어비앤비는 내가 살고 있는 집의 비어 있는 일부 공간, 장기 여행으로 인한 빈집을 남에게 돈을 받고 빌려 줄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스마트폰 기술 발달과 사용이 확산되기 전에는 개인이 자신의 빈집을 널리 알리고, 이용자와 원하는 날짜를 맞추며, 관련 비용을 처리하는 것이 어려웠다.

집과 함께 공유 경제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분야가 자동차다. 개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콜택시 형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나 그랩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개인이 돈을 받고 숙박을 제공하려면 기존 숙박업처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관할 구청에 신고해야 한다. 돈을 받고 사람을 태워 주는 행위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불법이다. 사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도 우버나 그랩 서비스는 논란거리다.

우버는 개인 운영을 기본으로 하는 콜택시다. 과거에는 내 차가 놀고 있고 내가 시간이 남는다고 해서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이 없었다. 스마트폰 관련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요와 공급 연결이 쉬워졌고, 이를 대규모로 묶어 실시간 정보를 제공·관리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공유 경제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했다.

해외에서 우버를 사용할 때 재미있고 숨은 기술 몇 가지를 알게 됐다. 우버 속에는 수요와 공급 관계에 따른 철저한 시장 논리 아래 공급자 이윤은 극대화하고 이용자에겐 편의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알고리즘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택시 운송업체는 오로지 운송만을 목적으로 운송 전용 기구인 택시를 구매하고, 이를 유지·보수·관리해야 한다. 그만큼 ‘오버헤드(간접 및 추가 비용)’가 높다. 반면에 공유 경제 개념에서 출발한 우버는 오버헤드가 낮다. 개인이 승용차를 타고 다니다가 차를 이용하지 않을 때 활용하는 부수 방식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우버 드라이버는 본업이 따로 있고, 퇴근 후나 쉬는 날 부수입을 올리기 위해 일하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우버 요금이 일반 택시의 평균 50% 수준이지만 유동성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한 예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항에서 50달러 정도 요금이 나오는 거리지만 가끔 비행기가 여러 대 비슷한 시간대에 착륙, 우버를 찾는 사람이 많을 경우 200달러까지 내야 한다. 철저하게 수요-공급 원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사람 심리를 반영한 서비스 제공 정책도 이채롭다. 우버 앱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예상 가격’이 뜬다. 이때 우버 택시를 부르지 않고 넘어갔다가 잠시 후 다시 앱을 실행해 부르면 예상 가격이 높아진다. 그 이유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망설였지만 두 번째, 세 번째 다시 앱을 실행해 우버 택시를 부르는 사람은 대부분 이용을 결심한 사람이기 때문에 요금을 10~20% 비싸게 불러도 이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택시 승차장에서 우버를 부르면 같은 거리라 해도 무조건 요금이 20% 정도 비싸다. 싱가포르에선 택시 승차장에서만 택시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택시가 잡히지 않아서 우버를 부르는 것이라는 예상 아래 요금을 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금요일 밤 10시 이후에는 수요와 공급이 완전 불균형을 이룸으로써 택시 잡기가 이른바 하늘의 별따기다. 그럼에도 일관된 기본료에 변함없는 거리·시간 병산 요금제는 시장 경제 원리를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크다.

시장 경제 원리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가 서비스를 원하고, 그 비용을 기꺼이 받아들인다면 기존 사업자의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이 같은 공유 경제 플랫폼은 제도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영재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bien@unist.ac.kr

<본 칼럼은 2017년 8월 2일 전자신문 18면에 ‘[ET단상]’우버 택시’ 뒤에 숨은 기술’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